본문 바로가기
삶의 마무리 - 완화 의료

완화 의료 말기 치료 중에도 집에서 생활할 수 있나요?

by 우주고래하루 2025. 7. 2.

누구나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병원,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 등 다양한 장소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집’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머무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여깁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70% 이상이 ‘말기에는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되며, 이는 여러 제도적·물리적 한계와 정보 부족 때문입니다.

완화 의료의 목표는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말기 치료 중에도 집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재택 완화 의료의 정의와 구조, 실제 운영 방식, 활용 가능한 제도와 서비스, 그리고 환자와 가족이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택형 완화 의료

완화 의료의 새로운 방식: ‘재택형 완화 의료’란?

완화 의료는 환자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동안은 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이나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재택형 완화 의료(Home-Based Palliative Care)’**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택형 완화 의료란 말기 환자가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치료와 돌봄을 받는 형태의 완화 의료입니다.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팀이 환자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통증 관리, 약물 투여, 상담, 간병 지도 등을 제공합니다. 필요 시 영상 통화나 전화 상담도 병행되며, 야간 긴급 출동 체계가 갖춰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재택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며, 집에서도 일정 수준의 완화 의료가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시범사업은 일정 자격을 갖춘 병원 및 지역 완화의료 기관과 연계하여 운영되며, 대상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재택형 완화 의료는 말기 환자에게 병원의 안정성과 집의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료체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완화 의료 말기 치료 중에도 가능한 재택생활: 조건과 준비사항

 

물론, 모든 환자가 말기 치료 중 재택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재택 돌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① 의학적 안정성
통증이나 증상이 약물로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고, 응급 상황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적합합니다. 특히 의식 저하, 호흡 곤란, 반복적인 출혈 등 급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면 재택보다는 병원 돌봄이 권장될 수 있습니다.

② 가족 또는 간병인의 상주 여부
집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상주 간병인 또는 가족 돌봄 제공자가 있어야 합니다. 간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문 간호 서비스, 일시 입원 시스템 등과 병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③ 지역 내 재택 의료 서비스 제공 인프라
거주지 인근에 재택 완화 의료를 운영하는 기관이 있어야 하며, 이는 지역 보건소, 완화의료 병원, 가정의학과 의원, 일부 요양병원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보건복지부 호스피스 안내센터(1577-8899)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호스피스 기관 찾기’에서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④ 환자 및 가족의 의사 결정
무엇보다 환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는 집에서 보내고 싶다", "의료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하다면, 가족은 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치료계획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미리 공유하고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완화 의료 재택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것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는 병원만큼의 의료서비스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하지만, 재택형 완화 의료는 의외로 체계적인 돌봄을 제공합니다.

  • 의료진 방문 진료: 전문의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주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여 통증 및 증상 상태를 진찰하고 약 처방을 진행합니다.
  • 방문 간호: 간호사가 주 1~2회 방문하여 상처 치료, 주사 투여, 통증 모니터링, 위생관리 등을 시행합니다.
  • 응급 대응 체계: 재택 병원 또는 연계 병원에서 24시간 응급 콜을 운영하며, 필요 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간호사가 출동합니다.
  • 정서·사회적 지원: 사회복지사 또는 상담사가 환자 및 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심리적 지원과 제도 안내, 장례 준비, 유언장 작성 지원 등을 진행합니다.
  • 호흡기·영양 기기 대여: 필요한 경우 산소통, 영양 보조기기, 욕창 예방 매트리스 등 보조기기도 제공되며, 건강보험 또는 지자체 지원으로 비용 부담이 낮습니다.

이 모든 서비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거나, 일부 항목에 대해선 시군구청의 긴급복지 지원 제도,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제도 등을 통해 금전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역할과 부담: 함께 준비해야 할 것들

 

말기 치료를 집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환자의 선택이자 가족의 결단이기도 합니다.
가족은 환자의 옆에서 일상을 함께 보내는 동반자이자 간병인이 되며, 때로는 의료진과 소통하는 조정자의 역할도 맡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과 소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따라서 재택형 완화 의료를 고려할 때는 다음과 같은 가족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심리상담 제공: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종합병원의 가족상담실, 호스피스 센터 등을 통해 정기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간병 지침 교육: 방문 간호사가 간단한 주사, 상처 소독, 약물 관리 방법 등을 가족에게 교육합니다.
  • 돌봄 분담 계획: 한 명의 가족이 모든 부담을 지지 않도록, 가족 내 돌봄 스케줄표를 마련하거나 지자체의 요양보호사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애도 준비: 환자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은 가족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편지 쓰기, 함께 사진 정리하기, 감사 표현하기 등의 활동은 이별 이후의 슬픔을 덜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가족이 지치지 않고 환자와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려면, 의료진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돌봄 네트워크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마지막 삶을 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공간에서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결론: 집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

말기 치료가 병원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완화 의료의 본질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고, 그 ‘삶’이란 병원이 아닌 일상의 공간인 에서 더 잘 실현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재택형 완화 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며, 환자 상태와 가족의 준비, 지역 의료 인프라 등 여러 조건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점점 더 많은 제도와 자원이 이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삶이 아닌, 집에서의 삶. 이는 치료의 포기가 아니라, 존엄한 삶의 연장이며, 고통 없는 이별을 위한 또 하나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완화 의료는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그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돌봄'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