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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무리 - 완화 의료

완화 의료 중 말기 치료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7가지

by 우주고래하루 2025. 6. 24.

인생의 끝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다가오고, 그 끝자락에서 우리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말기 치료는 그 결정의 중심에 있습니다. '언제 치료를 멈춰야 할까?', '어떤 치료가 의미 있는 걸까?',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마무리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깊은 고민을 안깁니다. 말기 치료는 단순히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덜고 인간다운 마지막 시간을 위한 선택입니다. 이 글에서는 말기 치료를 선택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7가지 핵심 요소를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말기 치료 선택 시 고려사항

 

고려사항 1. 삶의 질 (Quality of Life) 유지 여부

말기 치료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단연 환자의 삶의 질입니다.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생명을 며칠, 몇 주 더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 인해 환자가 겪게 되는 통증, 메스꺼움, 탈진, 정신적 불안정 등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치료를 지속하며 입원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고, 더는 스스로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환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삶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침대에 누워 있어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또 다른 이는 스스로 걷고 말하고 식사할 수 있어야 '삶답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기 치료의 여부를 결정할 때는 표준화된 의료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환자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려사항 2.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의사소통의 중요성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가족 중심의 의료 결정을 당연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말기 치료 결정 역시 환자의 생각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스스로 말기 치료에 대한 의사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의료진과 보호자는 환자와 솔직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통해 치료의 기대효과와 한계,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들어야 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아직은 치료를 계속하고 싶지만, 고통이 심해지면 중단하고 싶다"는 식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조율하는 과정이야말로 말기 치료 결정을 인간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또한 가족이 환자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환자의 평소 가치관과 삶의 태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자기결정권은 말기 치료의 윤리적 핵심이며, 이를 존중하지 않는 결정은 갈등과 후회를 남길 수 있습니다.

 

고려사항 3. 통증 및 증상 조절 가능성

말기 환자는 종종 극심한 신체적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 오심, 불면, 불안 등 복합적인 증상을 겪습니다. 이러한 증상들을 적극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면 환자의 삶은 큰 고통 속에서 마무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완화 의료는 이러한 고통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로, 말기 치료의 핵심 축입니다.

진통제 사용, 진정요법, 산소 공급, 심리상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환자는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편안히 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기 치료를 고려할 때에는 병원 또는 의료기관이 이런 완화 치료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고려사항 4. 가족의 준비와 심리적 수용

말기 치료는 환자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실제로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부담은 정서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매우 큽니다. 따라서 말기 치료 결정 시, 가족의 준비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감정적 소모, 간병 부담, 사별 준비 과정 등은 병원 시스템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환자의 통증이나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뿐 아니라, 간병을 돕는 외부 자원, 정서적 소진(burnout)을 막기 위한 상담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가족 간에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가족은 치료를 끝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가족은 더 이상의 고통은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갈등이 장기화되면 환자 역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병원 내 의료윤리위원회나 전문 상담사의 중재를 통해 가족 간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환자만큼이나 가족의 심리적 안정이 치료 과정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말기 치료 결정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뤄지기 어렵고, 가족이 함께 현실을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비로소 그 결정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고려사항 5. 경제적 여건과 비용 부담

말기 치료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특히 민간 요양병원이나 재택 완화 치료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거나 본인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병원에 따라 평균 월 2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고, 별도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말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근처에 없는 경우, 장거리 이동이나 낯선 환경이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환자와 가족은 재택 완화 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간호사 방문, 약 처방, 위급 상황 대응 등을 위한 체계가 갖춰져야 하므로, 사전에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현실적 조건을 무시한 이상적인 치료는 오히려 모두에게 부담만 남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를 결정하기 전 가족의 경제적 여건을 점검하고, 보험 적용 범위와 국가 또는 지자체의 지원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말기 치료는 단기적인 선택이 아닌, 수 주에서 수 개월에 이르는 과정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고려사항 6. 의료기관과 지역 인프라

말기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에 적합한 의료기관과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완화의료 전문 인력이 부족하거나 호스피스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환자가 낯선 병원에 입원하기보다는 가족이 있는 지역이나 거주지에서 치료받기를 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한 병원과 의료진의 위치와 역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병원 간 연계는 원활한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의료 환경이 치료의 질과 환자의 편안함에 직결되므로, 병원 선택은 단순히 거리나 비용이 아닌 전반적 치료 여건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고려사항 7. 윤리적ㆍ종교적 갈등 요소

말기 치료 결정에는 종교적 신념, 문화적 배경, 가족 간의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종교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지 않으며, 어떤 가족은 환자의 고통보다 생명 연장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환자 본인이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감정적 충돌로 이어지기 쉽고, 환자에게도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기 치료를 앞두고는 가족 간 충분한 대화와 조율이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제3자의 중재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평화로운 결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윤리적 논의는 불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과정입니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의 의미

이처럼 말기 치료는 단순한 의학적 결정이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내려야 하는 깊고 무거운 선택입니다. 환자의 의지, 삶의 질, 가족의 준비 상태, 경제적 여건, 지역 사회의 지원 체계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정답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고민한다면, 말기 치료는 '포기'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위한 준비된 돌봄'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용기 있는 결정, 그것이 바로 말기 치료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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