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무리 - 완화 의료

완화 의료 중 말기 치료, 꼭 병원에서만 가능한가요?

우주고래하루 2025. 7. 5. 19:20

‘말기 치료’ 혹은 ‘완화 의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병원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나 주사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인상은 드라마나 뉴스에서 자주 반복된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며,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말기 치료는 반드시 병원에서만 이뤄져야 할까요?

 

최근 들어 “집에서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익숙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바람입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의료적 한계, 제도적 미비,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이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완화 의료가 병원 밖에서도 가능하다는 점, 실제로 집에서 말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 그에 따른 장단점,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가 어떤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겠습니다. 말기 치료의 중심은 ‘장소’가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이라는 원칙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함입니다.

완화 의료 중 말기 치료 장소

완화 의료는 병원에서만 가능한 치료가 아니다

완화 의료의 본질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다 의미 있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은 반드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만 달성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병원 특유의 인공적인 환경이나 제한된 방문 시간, 낯선 의료진과의 상호작용이 환자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선진국의 완화 의료 가이드라인은 모두 ‘환자가 있는 곳이 바로 완화 의료의 현장’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즉, 집이든 요양시설이든, 호스피스 병동이든,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의료적 돌봄이 유지될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완화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재택 완화 의료(Home-based Palliative Care)’가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퇴원 후에도 전문 간호사와 의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통증 조절, 투약, 심리 상담, 영양 관리 등을 제공합니다. 일본 또한 고령사회를 맞아 재택 완화 의료 체계를 정비하며 환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완화 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병원 중심에서 재택 기반의 서비스로 점차 확장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제도적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충분한 정보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말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재택에서 말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조건과 준비가 요구됩니다.

1) 재택 완화 의료 전문 기관 연계

재택 완화 의료를 받으려면, 먼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병원이나 완화 의료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합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퇴원 상담 시 재택 의료팀과의 연결을 요청할 수 있고, 지역 보건소나 호스피스 센터를 통해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의료진의 방문 진료 및 돌봄 서비스

재택 완화 의료팀은 보통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으로 구성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정기 방문을 계획합니다. 이들은 통증 조절을 위한 약물 투여, 상처 처치, 장비 관리, 가족 교육 등을 수행하며, 필요 시 영상통화나 24시간 응급 연락망을 통해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3) 가족의 간병 역량 강화

재택 치료는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진은 가족에게 돌봄 교육을 제공하고, 심리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상담이나 자조 모임 등도 안내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은 단순 간병인이 아닌, 치료의 동반자이자 정서적 지지자로서 환자의 삶에 깊이 참여하게 됩니다.

4) 정부 및 민간 지원 제도 활용

한국에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말기 환자의 자율적 결정과 재택 치료 지원이 가능해졌습니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항목도 있으므로, 퇴원 전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이 필수입니다.

 

병원 밖 말기 치료의 장점과 한계

 

재택 완화 의료는 단순한 위치 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장점

  • 정서적 안정감: 환자가 익숙한 공간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불안과 고립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자율성 보장: 환자의 생활 패턴에 맞춘 치료와 일상 유지가 가능해집니다.
  • 가족과의 소통 활성화: 가족 간 충분한 이별 준비와 정서적 교감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의료자원 절감: 병원 병상 자원 사용을 줄이고, 보다 많은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가 분배될 수 있습니다.

한계

  • 응급 상황 대처의 어려움: 갑작스런 통증, 출혈, 의식 저하 등 응급 상황에서 병원보다 신속한 대처가 어렵습니다.
  • 가족의 부담: 간병과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 구성원이 소진되거나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의료 인프라의 부족: 일부 지역에서는 방문 의료 인력이 부족해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 의료비 부담: 건강보험 적용 항목 외의 장비나 간병 서비스에 대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재택 말기 치료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의 준비와 동의, 지역 사회의 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완화 의료 말기 치료의 공간은 환자의 ‘의미’로 결정되어야 한다

 

완화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디에서 치료받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가?”입니다. 병원은 물론 의료적으로 안전하고 체계적인 공간이지만, 어떤 환자에게는 병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고통일 수 있습니다. 반면, 집은 정서적으로 편안하지만 의료적으로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말기 치료는 환자의 삶의 철학과 가치, 가족의 상황, 지역 의료 체계 등을 고려해 가장 ‘환자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공간이 병원이든, 집이든, 요양시설이든 중요한 것은 존엄과 돌봄의 본질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완화 의료는 더 이상 병원 중심의 일방적인 구조가 아니라, 환자 중심의 다원적 돌봄 체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재택 말기 치료는 매우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될 것입니다.